AI한테 내 블로그의 이름을 물어봤다
솔직히 처음엔 반신반의였다.
"코딩도 모르는 사람이 진짜 내 블로그를 처음부터 만들 수 있을까?" 그 의문은 꽤 오래 머릿속을 맴돌았다. 워드프레스 같은 걸 쓰면 분명 편하다는 건 알았다. 그런데 남들 다 쓰는 틀에 내 생각을 밀어 넣는 그 감각이 내내 거슬렸다. 나는 나만의 모양을 원했다.
그러다 안티그래비티(Antigravity)를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수익형 블로그를 만들어줘"라고 쳤다. AI가 첫 화면을 뽑아주었을 때, 나는 잠시 멍했다. 깔끔하긴 했다. 그런데 느낌이 달랐다. 어디선가 수백 번 봤던 가전제품 리뷰 사이트. 커다란 "구매하기" 버튼, 눈에 확 들어오는 가격 비교표. 내가 원하는 게 정말 이런 건가?
아니었다.
나는 AI에게 솔직하게 말했다.
"이거 너무 대놓고 광고 사이트 같잖아. 내가 원하는 건 이게 아니야. 내 일기장 같은 공간이면 좋겠어. 누군가의 서재에 몰래 들어온 것처럼, 조용하고 아름다운 곳."
그러자 뭔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AI는 가상의 팀을 소집했다. 콘텐츠 전략을 담당하는 김팀장, UI 감성을 잡는 박디자이너. 물론 실제 존재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런데 이들이 내 피드백을 두고 나누는 대화를 화면으로 읽는 순간, 나는 피식 웃어버렸다.
구실장(총괄): "김팀장, 박디자이너, 대표님 피드백 그대로 공유합니다. 지금 화면은 깔끔하긴 한데, 냄새가 너무 나요. 상품 리뷰 사이트 냄새."
김팀장(콘텐츠 전략): "맞아요. 저도 보자마자 그랬어요. '구매하기' 버튼이 첫 화면에 나오는 순간 이건 그냥 쿠팡이에요. 대표님이 원하시는 건 서브스택이나 브런치 감성이라고요. 카테고리 이름도 'IT 가전 리뷰' 이런 식으로 두면 절대 안 되고, '생각의 조각들', '요즘 하는 연구' 이런 식으로 돌려야 해요. 제목도요. '브레빌 870 장단점 총정리'는 영원히 안 됩니다. '매일 아침 커피를 내리는 시간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 이런 식이어야 사람들이 '이 블로그 뭔가 다른데?' 하고 끝까지 읽어요."
박디자이너(UI/UX): "UI 쪽은 제가 완전히 들어낼게요. 로고부터 다시 봅시다. 'Tech Life' 같은 워딩은 없애고 대표님 이름을 딴 정갈한 타이포그래피 하나만 남기는 거예요. 배경은 지금 파란 네온 빼고, 가장 깊은 검정 위에 얇은 폰트만 두는 게 맞아요. 버튼이요? 없애요. Substack 보세요, 거기 버튼이 어딨어요. 다 텍스트 링크잖아요."
구실장: "'아마존 최저가 확인' 버튼도 없앱니다. 본문 하단에 '제가 직접 쓰는 물건의 출처는 이쪽에 남겨뒀습니다'라고 조용하게 두는 거예요. 이게 훨씬 신뢰가 가요."
이게 전부 내가 커피 한 잔 들고 앉아서 구경만 한 대화다. 나는 "맞아, 그거야" 혹은 "아니, 그건 좀 더 생각해봐"라고만 했다. 나머지는 팀이 알아서 부딪히고 맞췄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데이터베이스를 연결하는 날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솔직히 말하면 'Supabase'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전혀 감이 안 왔다. 그냥 외국어처럼 들렸다.
그런데 AI가 차분하게 안내했다. "회원가입만 해주세요. 나머지는 제가 합니다." 진짜 그 말이 맞았다. 테이블을 만들고, 보안 정책을 설정하고, 코드와 데이터베이스를 연결하고, 더미 데이터 10개를 넣어 화면에 뿌려주는 것까지. 내가 한 건 회원가입과, 중간중간 AI의 설명을 읽으며 '응, 알겠어'라고 고개를 끄덕인 것뿐이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브라우저를 새로고침했는데, 내가 팀과 함께 기획했던 그 화면이 그대로 떠 있었다. 검은 배경 위에 조용한 명조체 텍스트들.
이게 진짜 나온다고?
Vercel에 처음 코드를 올리던 날은 조금 소란스러웠다. 에러가 났고, 원인을 찾아야 했다. 알고 보면 사용하지 않는 코드 한 줄이 배포를 막고 있었다. 그걸 지웠더니 통과됐다.
지금 이 글은 그 과정의 끝에서 쓰이고 있다. 당신이 읽고 있는 이 페이지도, 나와 AI가 함께 연결한 데이터베이스에서 실시간으로 불러와지고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과정 중에 있었던 사소한 대화였다.
"구실장, 컴퓨터 껐다 켜도 어디까지 했는지 어떻게 기억해?"
"제게는 대표님의 프로젝트 폴더가 곧 장기 기억 저장소입니다. 내일 다시 오셔서 '어제 하던 거 이어서 해'라고만 치시면 됩니다."
나는 잠시 그 말을 곱씹었다. 폴더가 기억이 된다. 파일들이 우리의 대화 기록이다. 코드와 회의록 속에, 어디서 끊겼는지와 어디를 향해 가고 있었는지가 전부 남아 있다.
어쩌면 이게 앞으로 일하는 방식의 변화일지도 모른다.
아직 갈 길은 멀다. 이 블로그에 앞으로 어떤 글들이 올라올지, 수익화가 어느 시점에 어떤 형태로 실현될지, 나도 아직 모른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해졌다.
코딩을 몰라도 된다. 필요한 건 내가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언어뿐이었다.
나는 내 공간을 얻었다. 오늘부터 여기에 쌓아가기 시작한다.